#10 해설
2017년 LEET 언어이해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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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명식의 밤 외출은 날이 갈수록 잦아 갔다.
2층 서재로 숨어 들어가 그의 가면 뒤에서 이상스런 휴식에 젖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여 그는 사무실에서 묻어 온 피곤기를 가면 뒤에서 말끔히 씻어낸 다음 지연을 찾아 ⓐ 밟늘은 2층 계단을 내려오곤 했다.
명식은 분명 그 가면 뒤에서라야 비로소 휴식을 얻을 수 있
[A] 는 듯했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변신의 연극기 같은 것에서
오는, 그 가면 뒤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새삼스럽게 자기를
느끼는 시간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은 어쨌든, 이제 지연이 명식을 속속들이 다 만나는 것은 그가 그 밤 외출에서 이상스런 방법으로 피로를 씻고 새 힘을 얻어 돌아오는 날뿐이었다.
이윽고 지연에게도 한 가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명식을 만나고 싶은 밤의 소망은 반드시 그의 가면을 연상시켜 주곤 했다.
지연은 명식의 가면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명식의 가면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명식의 가면이 어느새 그렇게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어찌된 셈인지 그녀는 명식의 동기까지를 포함하여 그러는 자신을 스스로 수긍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명식에게서도 혹시 그런 기미가 엿보이고 있었기 때문일까.
㉠ 지연은 이제 오히려 명식의 맨얼굴 쪽에서 어떤 불편스런 가면이 느껴지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게는 명식이 맨얼굴로 대문을 들어설 때의 표정이야말로 영락없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뻣뻣하고 변화 없고 그리고 어떤 뻔뻔스런 피곤기 같은 것이 온통 그를 가려 버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나 지연은 그토록 익숙해진 명식의 가면을 아직도 똑똑히 본 일이 없었다.
그 첫날 한 번밖엔 명식이 자기의 가면 뒤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을, 그것이 진짜 자기의 얼굴이나 되는 양 익숙해져 버린 가면으로 의기양양 밤 외출에서 돌아오곤 한 명식을 다시 본 일이 없었다.
지연은 보지 않아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그 명식의 얼굴을 자신 속에다 깊이 지녀 버리고 있었다.
문득문득 그것을 만나고 싶은 밤이 많았다.
이날도 지연은 그런 명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잠시 후 명식이 밤 외출에서 돌아온다.
한참을 기다렸다.
역시 기척이 없다.
이상한 일이었다.
㉡ 오늘 밤에도 또?
지연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문득 어떤 별난 밤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명식은 썩 오랜만의 밤 외출에서 돌아와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간 다음이었다.
지연은 물론 그녀의 침대 속에서 명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계단을 내려오는 기척이 없었다.
지연은 불쑥 상서롭지 못한 예감이 들었다.
술이 너무 지나쳤나 싶기도 했고, 그런 일이 워낙 처음이라 다른 심상찮은 변고가 생기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녀는 기다
리다 못해 결국 자기가 먼저 침대를 내려오고 말았다.
여자가 먼저 남편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가 여간 쑥스럽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는 명식을 살피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루에서 잠깐 발길을 망설이던 그녀는 ⓑ 가만가만 2층 계단을 올라갔다.
㉢ 지연이 명식의 방문 앞까지 다가갔을 때 방안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딴판이었다.
"좀 들어오지그래."
기다리고 있기나 했었던 듯 문을 열기도 전에 명식의 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술이 취해 있기는커녕 너무도 정연하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지연은 쑥스러움도 잊고 끌리듯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명식은 불을 켜지 않은 채 창문 근처의 어둠 속에 조용히 파묻혀 있었다.
"앉지 않구."
어둠 속이라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좀 이렇게 지내다 가."
어떤 분명한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지연은 감히 명식의 곁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공연히 그가 두려웠다.
변장을 하고 있을 그의 얼굴을 만나 버리기가 두려웠다.
그녀는 명식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등 없는 둥글의자 위로 몸을 주저앉혔다.
그러나 지연은 그러고 앉아서도 명식의 어떤 분명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명식은 아직 변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너무
[B] 잔잔했다.
어딘가 한숨 같은 것이 묻어 있는 잔잔한 음성이
있다.
지연은 명식의 그 음성으로 그가 지금 자기는 보지도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내보낸 채, 그녀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어떤 깊은 갈망에 젖고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 느낄 수 있었다.
- 이렇게 불을 끄고 앉아 있으니 밤이 좋군. ㉣ 대낮은 얼굴이 너무 따가워서…… 누구나 결국은 그렇게 되는 거지만 사실 사람들이 얼굴 가득히 그 엄청난 대낮의 햇빛을 스스럼없이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잘 단련이 되고 있는 건 다행한 일이지.
- 하지만 그건 다행스럽다고만은 할 수가 없다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의 가면을 든든하게 단련시켜 가고 있거든. 눈물을 흘릴 수가 없어…….
- 가면이 우는 걸 보았을까.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지. 가면의 눈물은 속으로만 흐르게 마련이거든.
명식은 역시 취기가 좀 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혼잣말처럼 띄엄띄엄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앞뒤가 닿는 소리만 추려 보면 대강 그런 식이었다.
㉤ 지연이 보아 온 대로였다.
대낮을 다니는 맨얼굴에서 가면을 느끼는 대신, 가발과 콧수염으로 변장을 하고 있는 당장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기미였다.
그리고, 그래서 명식은 그러한 변장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고뇌를 가장 정직하게 안을 수 있는 듯한 태도였다.
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앉아서 어둠에 싸인 명식의 희미한 모습만 더듬고 있었다.
그러다가 방을 나오고 말았다.
- 이청준, 「가면의 꿈」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소설 속 인물의 변신 모티프는 그가 겪는 갈등의 크기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소하려는 깊은 소망을 내보이는 방편일 뿐, 소망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변신은 갈등의 일시적 해소 효과가 없지 않지만, 가짜 해결의 속임수이고 상상적 희망의 기호에 불과하다.
결국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참된 자아의 진실을 근거로 하여 그것에 맞서는 것뿐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① '지연'이 '명식'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은 것은 '명식'의 참된 자아를 발견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② '명식'의 밤 외출이 잦아지는 것은 현실 세계와의 불화로 인하여 갈등이 고조되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③ '명식'이 가면의 눈물은 속으로만 흐른다고 말한 것은 참된 자아를 숨긴 채 살아가는 자기 삶에 대한 고백이다.
④ '명식'의 가면을 똑똑히 보지 않고도 그를 기다리는 '지연'의 행위는 '명식'의 상상적 희망을 자기화한 것이다.
⑤ '명식'이 가면을 쓴 자신에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그가 일시적 속임수에 도취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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