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해설
2009(예비)년 LEET 언어이해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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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글쎄올시다."
도장방 주인은 인면(印面)을 들여다 보며 오준의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할 뿐이다.
"값이 나가는 것이오?"
"누가 새긴 것입니까?"
"수하인이란 사람이 새겼다나 봅디다…….."
주인도 그것이 수하인의 솜씨임을 모르고 물은 말은 아니다.
무슨 까닭에 이 도장이 ㉠ 한길에 나오게 되었는길 알고 싶어 묻는 말이다.
"수하인 같은 분이 새겼다면 값을 말하기가 힘들지요."
"건 무슨 말씀이오?"
"우리 영업하는 사람이야 석재와 치수에 따라 값을 정하지만, 수하인 같은 분이야 원래 장사가 아니시니까 헐값에 그냥도 줄 수 있는 반면, 부르는 것이 값이 되는 경우도 있지요."
"글쎄, 선살 하려면 좋은 석재를 써서 하지, 영 어울려야죠…….그 좋은 재료를 좀 구경합시다."
주인도 그 재료가 무슨 재료인지는 감별할 능력이 없었다.
밀화같이 말끔한 돌이라는 것으로, 혹시나 수하인이 늘 말하던 전황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에게 설명할 필욘 없었다.
주인이 먼지를 훅 불어 내놓는 갑 속엔 각종 석재가 그득히 들어 있었다.
"골라 보시우."
이렇게 뒤섞여져 있는 데선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되었다.
"이게 어떻습니까?"
"그야 손님 의향이시죠."
"대리석이죠?"
"대리석에다 대겠습니까? 계혈석이란 특수한 돌입니다."
"결재 도장이니까 무늬도 좀 이렇게 울긋불긋한 것이 위엄이 있어 뵈지 않습니까?"
"그야, 쓰시는 분 마음이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 같기두 합니다."
장사치란 손님의 비위에 오르내리는 존재들이지만 오준은 적이 만족했다.
자체(字體)를 고르고 값을 흥정했다.
어차피 새겨 갈 도장이란 것을 눈치 챈 주인은 값을 듬뿍이 불렀다.
"한 자에 삼천 환씩 치고, 재료값까지 합쳐 만오천 환이면 비싼 값이 아닙니다.
그러구 이런 어른의 도장을 새기면 널리 신전도 되고 해서 처음부터 싼 값으로 부른 것입니다."
석운 앞에서 오준이 만 환 정도면 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은 값을 알고 한 말이 아니라, 엄청나게 불러 본 것이지만, 실지 그 이상이고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비싼 값이 아닙니다.
서울 장안 다 돌아다니셔도 더 싼 값을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결을 보십시오. 품이 곱이나 더 듭니다.
수정과 상아 말씀을 하시지만, 그런 것이라면 제가 이 재료를 사는 셈 치고 그냥 새겨 드리지요."
오준은 그 말엔 귀가 솔깃했다.
이 하치않은 돌 대신 수정이나 상아 도장을 그냥 새겨 준다니 ㉡ 홍정은 된 홍정인 것 같았다.
"그러실 것 없이, 이 재료를 맡으시고 상아 도장 하나 더 끼워 만 환으로 합시다."
주인은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었다.
좀 싼 값이긴 해도 그 도장을 수하인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서법(書法)과 도법(刀法)은 물론, 돌을 다루는 것까지 이 주인은 수하인에게 배우다시피 한 사람이다.
주인은 수하인을 찾을 생각으로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았다.
동소문 집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좁은 방이지만, 알뜰스레 꾸며 놓은 건넌방에 수하인은 등불 밑에 단좌하고 있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오, 웬일인고? 가게를 일찍 닫았구만…….."
"네……. 오늘 좀 이상스러운 물건이 들어왔기에 일찍 문을 닫고 선생님을 뵈려 왔습니다."
젊은 친구가 내놓는 도장갑을 보고 수하인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연고인고?"
젊은 친구는, 오준이라는 작자가 그 도장을 갖고 와서 결재 도장으로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던 말에서부터 낱낱이 일러바쳤다.
"㉢ 자네 복일세……. 술을 좀 하려가?"
조용히 묻고 난 수하인은 술상을 청했다.
술을 들면서도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이 마음의 동요를 누르려고 애쓰는 것같이 보여, 젊은 주인은 오히려 미안스러웠다.
"그것이 전황석일세, 자네 처음이지?"
"네?"
젊은 주인은 전황석이라는 말에 주기가 훅 위로 오르는 것 같았다.
"원정 민영익 씨가 쓰던 인장이지……. 그것이 어쩌다 거부 이 모가 갖구 있던 것을 우연스레 구했기에, 석운이 벼슬을 했어도 선사할 것이 있어야지. 그래 보냈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구만. 자네 손에 갔으니 이제야 제값을 불러 줄 사람을 찾은 셈일세."
수하인이 갖고 가라곤 하지만 젊은 주인은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 자기 솜씨라면 빽빽 갈아 버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 재료가 귀중한 것이라 해도 마음대로 갈아 버릴 수 없는 물건인즉, 들고 나올 필요가 없었다.
"㉤ 전황석을 알고 쓸 사람이 몇 사람 있겠습니까? 그런 바에야 선생님이 보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하인은 몇 번 사양했지만 젊은 친구의 고집도 어지간했다.
계혈석 도장을 새겨 주기로 하고 수하인은 그것을 받아 두었다.
버릴 수 없는 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듯싶어 한없이 섭섭했다.
"산홍이, 술을 한 잔 따라 주우."
산홍은 수하인 하라는 대로 술을 따라 권했다.
┌ 밖엔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이번엔 잔을 산홍에게 권했다.
│ 산홍은 옛날과 다름없이 두 손으로 받은 잔을 소반 위에 놓
│았다.
[A]
│ 산전수전 다 겪은 산홍이었지만, 오십을 바라보는 얼굴이면
│서도 잔주름이 없었다.
│ 수하인은 가라앉은 마음의 흥을 돋우려고 대금(大笒)을 들었다.
│ 귀에 익은 가락이다.
│ 한 잔 술에 얼굴이 붉어진 산홍은 살풋이 눈을 감았다.
│ 지나온 한평생이 대금의 가락 모양 산홍에겐 쓸쓸하고 외로웠다.
└ 가락을 짚는 수하인의 손끝은 허무한 인정에 떨었고, 지그시
감은 긴 살눈썹이 축축이 젖어들었다.
- 정한숙, 「전황당인보기」-
위 글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도장방 주인'은 자신의 뜻대로 거래를 이끌어가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② '오준'은 전각 재료라든가 전각 기술에 대한 식견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③ '석운'은 친구의 정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④ '수하인'은 제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현실에 언짢아하고 있다.
⑤ '산홍'은 예의 바른 몸가짐으로 상대방을 공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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