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해설
2026년 LEET 언어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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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내용] 유럽에서 유학 중인 '그'는 한 노파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같은 학교의 H가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성녀?"
"음, 벌써 여기 산 지가 이십 년이 넘는데 젊었을 때는 간호부였다는군. 그밖의 일은 아무도 몰라."
"저 책은?"
"성경이야. 그래서 수호성녀데, 성녀치곤 좀 달라."
"다르다니?"
"보통 성녀는 선행이 본업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늘 저렇게 성경만 부둥켜안고 있지."
"성경책에 선행을 쌓는 모양이군."
"글쎄, 책이면 읽어야 할 텐데 읽는 것보다 그저 부둥켜 안고 있는 거지. 밤이나 낮이나. 그녀가 저 책을 손에 들지 않은 것을 본 사람이 없다니깐. 일종의 고행이겠지. 대단한 성녀지 뭔가."
그의 생각은 H의 것과 달랐지만 그 다른 점을 설명하자면 미상불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리라고 생각하고 그는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성녀(聖女)는 여전히 꼼짝도 않고 햇볕 속에서 고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H와 알게 되었다.
H는 공과계통의 학생답게, 너무 까다롭게 문화나 전통을 생각하는 이방인
[A] 친구를 가끔 놀려댔다.
H는 인간은 모두 같으며 동양 사람의 결점은 자기들의 전통 속에서 보편성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겸손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겸손한 이방인'은 그것은 수학이나 물리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쉽사리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자기로서는 여전히 이르는 곳마다 육중한 벽을 보며, 성경책을 고양이처럼 애완하는 그 노파가 바로 그 에라고 반박한다.
"말하자면 '수호성녀'(그들은 노파를 그렇게 불렀다.)의 저 성경책은 합리적으로 분석하거나 논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애완하는 고양이처럼, 살아있는 물건이 아닌가? 그녀가 결코 읽지는 않는다고 했지? 그럴 거야. 고양이를 읽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녀에게 다른 고양이는 무의미할 거야. 그보다 설사 더 좋은 고양이더라도 발톱에 긁히우면서도 손때를 올린 그 고양이어야 할 거야. 종교란 그런 것이지. 그 철의 유행에 따라 옷을 입듯이 그렇게는 안 된다는 걸세. 자연과학은 예증(例證)을 취급하고 정신과학은 개성을 기록하는 거야. 하물며 그 개성을 사는 인간은 완고한 벽과 같은 거지. 개성이 다른 경우 말이 안 통하는 ……"
"이것 보게 그럼 자넨 인종차별론자군 그래."
"아니 문화차별론자라 부르게."
[생략된 부분의 내용] 몇 달 뒤 그는 아파트 계단에서 노파와 마주친다.
그녀의 눈길이 못박혀있는 곳, 그의 발밑에 한 권의 자그마한 책이 떨어져 있다.
그것이 굴러떨어진 소리였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나 그의 눈에 비친 늙은 여자의 표정, 계단 중간에 멈춰선 채 이쪽을 보고 있는 여자의
표정은 흔히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그는 에누리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중략)… 그것은 아주 얇은 누런 가죽으로 포장한 자그마한 성경책이었다.
그는 집어든 책을 뜻 없이 한 바퀴 손안에서 돌리며 훑어본 다음, 그것을 여인에게 내밀었다.
그때 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장승처럼 서 있던 여자가 그가 책을 내미는 순간 퍼뜩 정신이 든 듯이 젊은 여학생처럼 거칠게 계단을
[B] 뛰어내려오더니 그의 손에서 책을 홱 낚아챘다.
그는 멍하니 노파와 마주섰다.
성경을 가슴에 안은 노파의 팔은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얼굴. 크게 뜬 회색 눈과 씰룩거리리는 입언저리는 두려움과 미움을 한껏 나타내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세 번째로 그를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노파의 얼굴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
그리고 낮은, 힘없는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그는 들었다.
"미안해요, 외국 학생. 미안해요 ……"
[생략된 부분의 내용] 그는 귀국 이후 H의 편지를 받는다.
자네, '수호성녀'를 잊지는 않았겠지. 그녀가 얼마 전에 죽었어. 그런데 임종의 자리에서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단 말일세. 그녀는 몇 개 단체의 회원이기도 하고 워낙 여러 해를 그 아파트에서 산 탓으로 임종의 자리에 모인 동숙자들도 많아서 목사 말고도 꽤 여러 사람 모인 자리에서 그 사람들을 향해 사죄를 겸한 고백을 했어. 그녀는 말하기를, 나는 여러분을 삼십 년 동안 속여왔다.
나는 성서보급협회의 위원될 자격이 가장 없는 사람이다.
나는 성경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 성경(그 순간에도 그녀는 성경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하네)―이 성경을 포장한 이 가죽을 지키기 위하여 나는 성경을 이용했을 뿐이다.
이 가죽은 사십 년 전에
[C] 사고로 죽은 내 애인의 가죽이다.
애인은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운명했다.
그가 파묻히는 전날 밤 나는 시체실에서 애인의 몸의 일부를 벗겨냈다.
…(중략)… 이 방법으로 나는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다.
삶을 마치는 자리에서 나는 이 큰 죄를 고백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그보다도 자네는 늘 그 노파를 유럽인의, 그러니까 기독교의 상징처럼 말하곤 했는데 그녀의 일생에 걸친 그 집요한 행위는 기독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었단 말일세. 그것은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동기에서 나오고 그것으로 지탱된 것이었어.
- 최인훈,「크리스마스 캐럴 Ⅳ」-
[A]~[C]의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에 제시된 인물들의 성격은 [B]의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
② [A]와 [B]에 제시된 노파의 태도는 [C]의 복선으로 기능한다.
③ [A]의 노파의 행동에 대한 H의 의문은 [C]의 고백을 통해 심화된다.
④ [B]에 제시된 사건은 [C]에서 다른 서술자의 관점을 통해 재진술된다.
⑤ [B]에서 형성된 인물 사이의 갈등은 [C]에 제시된 사건을 통해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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