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해설
2009년 LEET 언어이해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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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회색의 여인 넷이 등장한다.)
첫째 여인 : 내 이름은 '결핍'이다.
둘째 여인 : 나는 '빚'이라고 하지.
셋째 여인 : 나는 '근심'이라고 하고.
넷째 여인 : 나는 '곤궁'이라고 해.
셋이 함께 :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어. 안에는 부자가 살아, 들어가기도 싫다.
결핍 : 그런 데 가면 난 그림자가 되고 말아.
빚 : 그런 데 가면 나는 존재하지도 않게 되고.
곤궁 : ㉠ 사치에 젖은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려.
근심 : 자매님들, 당신들은 저 안으로 못 들어가, 들어가서도 안 되고. 그렇지만 근심은 저 열쇠 구멍으로 스며 들어가지.
(근심이 사라진다.)
결핍 : 회색 자매들, 여기서 물러나는 게 어떨까.
빚 : 난 네 곁에 딱 붙어 다닐래.
곤궁 : 난 네 발치만 따라 다니고.
셋이 함께 : 구름이 몰려오고, 별들은 사라진다.
저 너머, 저 너머에서, 저 먼 곳, 저 먼 곳으로부터 그가 온다, 우리들의 오라비다, 그가 온다 …… 죽음이 온다.
파우스트 : (궁전 안에서) 넷이 오는 것을 봤는데, 세 명만 돌아가는군. 그녀들이 하는 말의 뜻은 알 수가 없었어. 내 귀에 들리기로는 …… '곤궁'이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고는 운을 맞춰 …… '죽음'이라고 했지. 참으로 공허하고, 유령의 발걸음처럼 둔중하게 울리는 단어였어. 나는 아직도 완전히 자유롭지가 않아. 앞으로는 마법도 쓰지 않고, 주문 같은 것도 잊고 살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자연이여, 그대 앞에 완전한 한 인간으로 설 수만 있다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어둠 속에서 헤매기 전까지는, 불경한 말로 내 자신과 세계를 저주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젠, 저런 귀신들이 공중에 들끓어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알 수가 없어. ㉡ 밝은 대낮은 우리에게 이성의 웃음을 선사하지만 어두운 밤은 우리를 악몽의 그물로 사로잡는다.
싱그러운 풀밭에서 산책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오면 새들이 운다.
그런데 뭐라고 울지? 재앙을 부르며 우는 것이지. 밤낮 미신에 얽매여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기든지 그 어떤 징조처럼 보이고 그 어떤 경고처럼 들려. 이렇게 잔뜩 겁에 질린 채 우리는 각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문이 삐걱거리는군,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흠칫 놀라며) 여기 누가 계시는가?
근심 : 그렇다고 해야겠네.
파우스트 : 그렇다면 당신, 당신은 누구신가?
근심 : 일단 여기 온 존재.
파우스트 : 물러가시라.
근심 :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인데.
파우스트 : (처음에는 격분한 표정, 그 다음엔 진정하더니 혼잣말로) 정신을 가다듬어라, 마법의 주문은 사용하지 말도록 하자.
근심 : 내 목소리는 아무 귀에도 들리지 않지만 일단 마음속에 들어가면 천둥처럼 울리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 가며 끔찍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나다.
숲 속 길을 가건, 물 위를 가건 항상 붙어 다니며 겁을 주는 동료가 나라고. 찾는 사람은 없어도, 어느 때나 나타나지, ㉢ 나를 저주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게 아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대는 아직까지 근심이라는 자를 모르고 살아오셨나?
파우스트 : 나는 오로지 이 세상을 질주하며 살아왔다.
㉣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바로바로 낚아챘지만, 충분치 않은 것은 놓아버리며 빠져나가는 것도 내버려 두었다.
나는 그저 원했을 뿐이고, 그러면 그것을 성취했을 뿐이다.
또다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또다시 힘을 내면서 인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지상의 일이라면 알 만큼 안다.
천상을 향한 전망은 인간으로론 불가항력. 저 하늘을 향해 눈을 껌벅이며, 구름 위에는 자신과 닮은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꿈꾸는 자는 어리석다.
이 땅 위에 굳건히 서서 세상을 둘러보란 말이다.
세상은 유능한 자에게 침묵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영원을 찾아 헤맨단 말인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붙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상의 날을 따라가면 된다.
영령들이 출몰하면 출몰하게 두라. 앞을 향해 가다 보면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는 법이다.
인간은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므로.
근심 : 일단 내게 붙잡히기만 하면 온 세상이 쓸모가 없어져.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 해는 뜨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게 되지. ㉤ 외적인 감각은 제대로 돌아가더라도 내면엔 어둠만이 감돌아. 세상 모든 보물을 보면서도 그 어느 것 하나 제 것으로 만들지도 못해. 행복해도 괴롭고 불행해도 괴롭고, 차고 넘치게 가져도 굶어 죽을 지경이지. 행복한 일이건 괴로운 일이건 항상 다음날로 미루고, 그저 미래만 기다리니 어떤 일이든 끝내지를 못해.
파우스트 : 그만 해라! 나에겐 그런 식으로 통하지가 않아! 그런 헛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단 말이다! 다른 곳에나 가 봐라! 그런 한심한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제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도 정신을 잃겠구나.
근심 : 가야 할까, 와야 할까, 결단을 내리지도 못해. 탄탄대로에 들어서서도 더듬거리기만 할 뿐 앞으로 나가지를 못해. 제스스로 점점 더 길을 잃으면서 세상만사가 다 비틀리게만 보여. 남들에게도 부담 되고 자신에게도 짐이 되어, 숨을 쉰다고는 하나 질식하기 직전이지. 죽는 것도 아니면서 생기는 없고 절망하지는 않지만 의욕도 없어. 제자리만 맴돌 뿐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화가 나. 풀려난다 싶으면 속박되고,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꼼짝없이 제자리에 붙박여 죽을 날이나 준비하며 살아가는 게지.
파우스트 : 참으로 고약한 귀신들이다.
너희들은 그런 식으로 천번 만 번 인간들을 괴롭혀 왔단 말이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도 되는 세월들을 구역질 나게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고통의 그물로 바꾸어 놓는구나. 악령들을 물리치기 어렵다는 것은 나도 안다.
정령들이란 한번 유대를 맺으면 끊기가 어렵지. 하지만 근심이여, 은근슬쩍 기어드는 자네의 위력을 나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근심 : 그렇다면 직접 느껴 보시게나. 서둘러 저주의 말을 남기며 작별을 고하노라! 인간들이란 평생 눈이 멀어 살지, 파우스트, 드디어 당신 차례다.
(근심이 파우스트에게 입김을 내뿜는다.)
파우스트 : (눈이 먼 상태에서) 밤이 점점 깊어 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음속은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주인의 말만큼 위력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일어나라, 나의 종들아, 다들 밖으로 나오라! 내 담대히 계획한 것들을 훌륭하게 성사시켜 보자! 작업 공구를 손에 들어라, 삽과 괭이를 움직여라! 계획한 일은 기필코 완수해야 한다!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고 부지런히 땀 흘리는 자, 반드시 톡톡한 보상을 받으리라. 이 위대한 사업을 완성하려면 수천의 손들을 부릴 수 있는 위대한 정신 하나면 족하다.
- 괴테, 『파우스트』-
㉠~㉤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일수록 자신들의 정신적 곤궁함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② ㉡ :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다가도 상황이 불리해지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③ ㉢ : 과도하게 배격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지나치게 전전긍긍하지만 않는다면 근심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④ ㉣ : 원하는 것은 주저 없이 쟁취했지만, 쟁취한 것에 연연하지는 않았고 그것을 반드시 소유하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⑤ ㉤ :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세계라 하더라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두운 측면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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