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해설
2009년 LEET 언어이해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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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회색의 여인 넷이 등장한다.)
첫째 여인 : 내 이름은 '결핍'이다.
둘째 여인 : 나는 '빚'이라고 하지.
셋째 여인 : 나는 '근심'이라고 하고.
넷째 여인 : 나는 '곤궁'이라고 해.
셋이 함께 :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어. 안에는 부자가 살아, 들어
가기도 싫다.
결핍 : 그런 데 가면 난 그림자가 되고 말아.
빚 : 그런 데 가면 나는 존재하지도 않게 되고.
곤궁 : ㉠ 사치에 젖은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려.
근심 : 자매님들, 당신들은 저 안으로 못 들어가, 들어가서도 안
되고. 그렇지만 근심은 저 열쇠 구멍으로 스며 들어가지.
(근심이 사라진다.)
결핍 : 회색 자매들, 여기서 물러나는 게 어떨까.
빚 : 난 네 곁에 딱 붙어 다닐래.
곤궁 : 난 네 발치만 따라 다니고.
셋이 함께 : 구름이 몰려오고, 별들은 사라진다.
저 너머, 저 너머
에서, 저 먼 곳, 저 먼 곳으로부터 그가 온다, 우리들의 오
라비다, 그가 온다 …… 죽음이 온다.
파우스트 : (궁전 안에서) 넷이 오는 것을 봤는데, 세 명만 돌아
가는군. 그녀들이 하는 말의 뜻은 알 수가 없었어. 내 귀에
들리기로는 …… '곤궁'이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고는
운을 맞춰 …… '죽음'이라고 했지. 참으로 공허하고, 유령
의 발걸음처럼 둔중하게 울리는 단어였어. 나는 아직도 완
전히 자유롭지가 않아. 앞으로는 마법도 쓰지 않고, 주문
같은 것도 잊고 살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자연이여, 그대
앞에 완전한 한 인간으로 설 수만 있다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어둠 속에서 헤매기 전까지는, 불경
한 말로 내 자신과 세계를 저주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젠,
저런 귀신들이 공중에 들끓어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알
수가 없어. ㉡ 밝은 대낮은 우리에게 이성의 웃음을 선사하
지만 어두운 밤은 우리를 악몽의 그물로 사로잡는다.
싱그
러운 풀밭에서 산책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오면 새들이
운다.
그런데 뭐라고 울지? 재앙을 부르며 우는 것이지. 밤
낮 미신에 얽매여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기든지 그 어떤
징조처럼 보이고 그 어떤 경고처럼 들려. 이렇게 잔뜩 겁에
질린 채 우리는 각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문이 삐걱거리
는군,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흠칫 놀라며) 여기 누
가 계시는가?
근심 : 그렇다고 해야겠네.
파우스트 : 그렇다면 당신, 당신은 누구신가?
근심 : 일단 여기 온 존재.
파우스트 : 물러가시라.
근심 :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인데.
파우스트 : (처음에는 격분한 표정, 그 다음엔 진정하더니 혼잣말
로) 정신을 가다듬어라, 마법의 주문은 사용하지 말도록 하자.
근심 : 내 목소리는 아무 귀에도 들리지 않지만 일단 마음속에
들어가면 천둥처럼 울리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 가며 끔
찍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나다.
숲 속 길을 가건, 물 위
를 가건 항상 붙어 다니며 겁을 주는 동료가 나라고. 찾는
사람은 없어도, 어느 때나 나타나지, ㉢ 나를 저주하는 사
람들도 있고, 내게 아첨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대는 아직
까지 근심이라는 자를 모르고 살아오셨나?
파우스트 : 나는 오로지 이 세상을 질주하며 살아왔다.
㉣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바로바로 낚아챘지만, 충분치 않은 것은 놓아
버리며 빠져나가는 것도 내버려 두었다.
나는 그저 원했을
뿐이고, 그러면 그것을 성취했을 뿐이다.
또다시 원하는 것
이 있으면 또다시 힘을 내면서 인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지상의 일이
라면 알 만큼 안다.
천상을 향한 전망은 인간으로는 불가항력.
저 하늘을 향해 눈을 껌벅이며, 구름 위에는 자신과 닮은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꿈꾸는 자는 어리석다.
이 땅 위에
굳건히 서서 세상을 둘러보란 말이다.
세상은 유능한 자에
게 침묵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영원을 찾아 헤맨
단 말인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붙잡을 수도 있는 것
이다.
이렇게 지상의 날을 따라가면 된다.
영령들이 출몰하
면 출몰하게 두라. 앞을 향해 가다 보면 고통도 있고 행복
도 있는 법이다.
인간은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므로.
근심 : 일단 내게 붙잡히기만 하면 온 세상이 쓸모가 없어져. 영
원한 어둠이 내리덮여 해는 뜨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게 되지. ㉤ 외적인 감각은 제대로 돌아가더라도 내면
엔 어둠만이 감돌아. 세상 모든 보물을 보면서도 그 어느
것 하나 제 것으로 만들지도 못해. 행복해도 괴롭고 불행해
도 괴롭고, 차고 넘치게 가져도 굶어 죽을 지경이지. 행복
한 일이건 괴로운 일이건 항상 다음날로 미루고, 그저 미래
만 기다리니 어떤 일이든 끝내지를 못해.
파우스트 : 그만 해라! 나에겐 그런 식으로 통하지가 않아! 그런
헛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단 말이다! 다른 곳에나 가 봐라!
그런 한심한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제아무리 영리한 사
람이라도 정신을 잃겠구나.
근심 : 가야 할까, 와야 할까, 결단을 내리지도 못해. 탄탄대로에
들어서서도 더듬거리기만 할 뿐 앞으로 나가지를 못해. 제
스스로 점점 더 길을 잃으면서 세상만사가 다 비틀리게만
보여. 남들에게도 부담 되고 자신에게도 짐이 되어, 숨을 쉰
다고는 하나 질식하기 직전이지. 죽는 것도 아니면서 생기
는 없고 절망하지는 않지만 의욕도 없어. 제자리만 맴돌 뿐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화가 나. 풀려난다 싶으
면 속박되고,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꼼짝
없이 제자리에 붙박여 죽을 날이나 준비하며 살아가는 게지.
파우스트 : 참으로 고약한 귀신들이다.
너희들은 그런 식으로 천
번 만 번 인간들을 괴롭혀 왔단 말이지. 신경 쓰지 않고 살
아가도 되는 세월들을 구역질 나게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고통의 그물로 바꾸어 놓는구나. 악령들을 물리치기 어렵다
는 것은 나도 안다.
정령들이란 한번 유대를 맺으면 끊기가
어렵지. 하지만 근심이여, 은근슬쩍 기어드는 자네의 위력
을 나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근심 : 그렇다면 직접 느껴 보시게나. 서둘러 저주의 말을 남기며
작별을 고하노라! 인간들이란 평생 눈이 멀어 살지, 파우스
트, 드디어 당신 차례다.
(근심이 파우스트에게 입김을 내뿜는다.)
파우스트 : (눈이 먼 상태에서) 밤이 점점 깊어 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음속은 밝은 빛이 빛나고 있다.
내가 계획했던 일
들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주인의 말만큼 위력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일어나라, 나의 종들아, 다들 밖으로 나오라! 내
담대히 계획한 것들을 훌륭하게 성사시켜 보자! 작업 공구
를 손에 들어라, 삽과 괭이를 움직여라! 계획한 일은 기필
코 완수해야 한다!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고 부지런히 땀
흘리는 자, 반드시 톡톡한 보상을 받으리라. 이 위대한 사
업을 완성하려면 수천의 손들을 부릴 수 있는 위대한 정신
하나면 족하다.
- 괴테, 『파우스트』-
'파우스트'의 인물형을 <보기>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고 할 때,
위 글에서 표현하고자 한 '파우스트'의 면모에 가장 가까운 것은?
<보 기>
파우스트는 어떤 특정한 개인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서
구 역사를 추동했던 다양한 주체들의 전형을 압축적으로 재현
하고 있다.
예컨대 ㉠ 신과의 소통을 갈구하고 ㉡ 다양한 학문
에 몰두하다가 ㉢ 인간 인식의 한계에 절망하는 중세 철학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마술과 과학 사이를 오가면서 ㉣ 신
학적 금기에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근대 이행기 연금술사의 모
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 현실 세계 안에서 인간의 존재 의
의를 추구하는 근대적 인간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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