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해설
2008년 입법고시 PSAT 언어논리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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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 필자의 주장과 부합하기 어려운 것은?
테일러(Taylor)의 '차이의 정치' 기획은 그 어떤 종류의 차별이나 차등도 거부하며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승인하고 그것에 대해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줄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결국 모든 특수성과 차이성을 인정하라는 요구, 다시 말해 '차이의 존중으로서의 보편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테일러는 기존의 '절차적 공정성으로서의 보편성' 또는 '동등한 존엄성으로서의 보편성' 대신에, '다양성과 차이성의 인정이 토대가 되는 새로운 보편성'을 정립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상대주의에 강하게 편향된 다원주의 옹호자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처럼 다원성이 주(主)가 되고 보편성이 종(從)이 되는 방향에서 보편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본래 목표로 삼았던 새로운 보편성의 수립 대신에 상대주의적 상황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상대주의 자체는 아니라 해도 유사(類似) 상대주의로 고착화됨으로써 상충하는 가치와 진리에 대한 주장을 판가름할 잣대를 문화적 전통이나 관습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에 따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뿐 아니라 집단과 집단, 민족과 민족, 문화와 문화의 관계마저도 진리나 이성이 매개되지 않은 적나라한 의지와 힘의 관계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테일러 자신은 그 같은 힘의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자유주의를 포함하여 그 어떠한 문화도 문화적 우위성을 앞세워 자신의 문화를 다른 문화에 강요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강한 문화적 다원주의의 수준을 넘어 상대주의가 봉착하는 난점과 한계를 그대로 답습할 여지가 농후하다.
일례로 이 같은 테일러식의 다원주의는 문화적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논리체계로서는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문화적 식민화를 정당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주의적 자기모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상이한 문화 간의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모든 문화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테일러의 추정은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갖춘 문화가 그렇지 못한 문화를 흡수하거나 지배하는 사태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채 용인해버리는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한 문화 다원주의 입장 역시 아주 쉽게 가장 위협적인 문화 제국주의로 변신할 수 있다.
인종이나 민족, 소수나 하위 집단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입장과 문화를 존중하자는 주장은, 궁극적으로 주관주의적 상대주의로 귀착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은 특정 문화 내부에서 벌어지는 차별적이며 비합리적인 요소들 모두 또한 승인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① 동등한 중요성과 가치를 가지는 다양한 신념 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로부터 다른 문화권의 도덕적 현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적 다원주의가 자동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는 이를 혼동하고 있다.
② 테일러식의 강한 다원주의적 논변은 타자의 입장이나 존재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 근본주의 혹은 유사 근본주의의 입장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③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테일러의 추정은 결과적으로 강력한 힘과 영향력을 갖춘 문화가 그렇지 못한 문화를 흡수하거나 지배하는 사태를 용인하는 결과를 허용할 수 있다.
④ 절차적 공정성으로서의 보편성 대신 다양성 및 차이성의 인정이 토대가 되는 새로운 보편성을 정립하고자 하는 테일러의 시도는 새로운 보편성의 수립 대신에 상대주의적 상황의 연출을 초래하기 쉽다.
⑤ 모든 각이한 문화는 각각 중요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으므로 동등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테일러의 입장은 여러 문화의 융합을 인정하지 않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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