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해설
2013년 입법고시 PSAT 언어논리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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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 추론할 수 없는 것을 고르면?
전통 심리학에서는 관념론이나 경험론을 막론하고 주어진
세계를 이미 결정된 확고부동한 세계로 보았다.
따라서 색깔
이나 형태, 크기 등 여러 속성이 미정된 세계란 생각할 수 없었
다.
그러나 버클리, 흄, 후설 등 현상학자들에 이르면 '이미 결
정된 확고부동한' 세계의 모습은 하나의 관념이나 픽션이 되
고, 오히려 '미정성(未定性, indeterminateness)'을 인간이 사는
세계의 참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메를로-퐁티는 후설
의 '생활세계'에 착안하여 '미정성'을 시각세계, 나아가 지각세
계를 특징짓는 '두드러진 현상'으로 보았다.
메를로-퐁티는 같은 색깔이 태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변하
는 변용 현상을 예로 든다.
책상 위의 흰 종이는 햇빛에 있든
그늘에 있든 처음에는 모두 희게 보인다.
그러나 시선을 집중
해 자세히 보거나 축소 스크린으로 면밀히 관찰하면, 그늘 속
흰 종이는 두껍고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회색이나 쇳빛 청색
으로 변한다.
다시 책상 전체를 응시하면 그늘 속 흰색과 햇빛
아래의 흰색은 같지도 않고 객관적으로 다르지도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그늘의 흰색은 흑백의 척도
로서 정확히 분류할 수 있는 어떤 확정된 성질을 갖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예로, 흰 접시에 조명을 달리해 등불을 비출 경
우, 조명 광선이 시각장 내의 하나의 대상으로 지각되는지에 따
라 접시의 색깔이 변한다.
즉, 조명 광선이 하나의 대상으로 지
각될 경우, 두 개의 접시는 모두 희게 보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
에 비해 더 많은 조명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명 광선
이 하나의 대상으로 지각되지 않도록 스크린의 구멍을 통해 접
시를 보면, 하나는 흰색으로, 다른 하나는 회색으로 변한다.
메를로-퐁티는 시선이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가, 여러 대상
을 자유롭게 전전하는가, 또는 어떤 일에 몰입하는가에 따라
같은 색깔이 특정 공간에 위치해 있고 대상에 확대되는 표면
색으로, 또는 대상의 주변에 확산되는 공간색으로, 또는 동일
한 존재 형태로 몸에 완전히 침투되어 색깔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 등 색깔의 미정성을 입증하는 예를 열거한
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가스등 속의 푸른 종이를 광도계로 보
면, 햇빛 속의 갈색 종이와 같은 빛의 배합을 갖고 있음에도
푸른색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초원의 녹색도 장면의 전체로부
터 분리해보면 두께나 색깔, 명암의 표준치를 잃고 변색한다.
① 사물에 대한 지각은 미정성으로 인해 착각으로 변할 수 있다.
같
은 크기의 두 직선이 서로 다른 방향의 보조선 때문에 다른 크기
로 보이는 뮐러-라이어 착각이나 달이 중천에 떠 있을 때보다 지
평선에 걸려 있을 때 커 보이는 달 착각 등이 그 예다.
② 메를로-퐁티에게 시각장에 있어서의 색깔의 미정성은 비단 색깔
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형태와 크기, 그리고 모든 지각현상
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③ 옛 성터를 산책하다가 성벽 하나를 한참 주시하면, 점차 옛 성벽
의 모습은 없어지고 전설도 이름도 없는 무의미한 돌멩이로 변모
한다.
좀 더 이 돌 표면을 응시하면, 돌멩이의 모습마저 사라지고
어떤 질료 위에 노니는 빛의 작용만을 느낀다.
④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우리의 눈은 사물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
니라 그와 유사한 어떤 표상이나 영상이나 관념 또는 모형을 보
는 것이다.
즉, 눈은 사물과 접촉하는 특정의 힘 또는 사물 그 자
체를 지각하는 힘이 아니라 사물이 투사되는 하나의 스크린이다.
⑤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색깔을 볼 때, 그것은 변치 않는 하나의 색
인 것 같지만, 그 모습을 성찰해보면 다양한 색상으로 수시로 변
하고 또 그 밖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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