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설
2009년 입법고시 PSAT 언어논리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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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을 읽고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폴드만(Paul de Man)에 따르면, 인간의 사유수단으로서의 언어는 상징과 알레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상징은 언어표상과 의미 기능 사이의 동일화 또는 일체화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나, 알레고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자신과 기원과의 사이에 거리나 간극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그 기원과 일체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단념하면서 그 시간적인 차이의 빈 틈 속에 그 언어를 확립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곧 상징적인 언어체계에서는 말과 뜻, 이미지와 원형물, 허구와 실제, 기호와 지시대상, 기호와 기호 사이의 거리나 간극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두 항 사이의 '거리와 간극'이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한다면, 상징적 사유방식이란 일종의 자기 기만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거리와 간극'을 스스로 인정한 곳에 좌표를 둔 수사법이 알레고리이며 따라서 알레고리 쪽이 자기 기만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이라고 폴드만이 말할 때, 그가 내세운 판별 방식은 시간성이었다.
알레고리란 의미 생성을 위해 시간적으로 앞서 존재하는 '다른' 기호를 지칭해야 하기에 기호와 지시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기호와 기호와의 관계에 기초한다.
즉, 알레고리란 기호와 기호 간의 통합관계가 아니라 '단절적 관계'에 기반을 둔 수사법이다.
그렇다면 상징적 사고의 한계 또는 약점은 무엇인가. 벤야민의 선구적인 언급 속에서 다음 두 가지가 손쉽게 지적된다.
A.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구하는 것이 소위 상징인바, 특수성을 생생하게 파악하는 사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보편성을 동시에 파악한다는 이러한 사고방법이 상징적 사고의 장치이다.
이 상징적 사고장치야말로 문학영역에서는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근간을 이룬다.
가령 작가는 자기만의 특수한 체험, 특수한 자기 내면을 쓰면서도 그것이 보편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믿고 있지 않았던가. 타인의 것이 흡사 자기 자신의 것인 양 공감하기, 특수성을 일반적이라 생각하기란 잘 따져보면 개별성을 깊이 탐구하면 일반성에 이른다는 헤겔적 인식을 가리키는 것이다.
개별성이 일반성에 속한다는 이 논법에 따르면 단독성은 제거되기 마련이다.
개별성과 일반성의 회로에 들어오지 않는 단독성(가령 여자 일반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 여자, 반복되는 가을이나 봄이긴 하되, 특정한 연도의 가을이나 봄)을 억압하고 있는 사고방식이 상징체계라면, 상징은 겉으로는 고유명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내면으로는 고유명(단독성)의 억압이라 할 것이다.
B. 보편이 선행한다는 전제 위에 성립된 것이 알레고리적 사고인 만큼, 알레고리는 상징과 달리 '의미'를 문제삼는다.
물론 이 경우의 '의미'는 상징적 사고에서 말하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가령 "1950년에 6·25전쟁이 났다"라고 할 때 이는 개별성이지만, 상징적 사고체계에서 본 의미는 그 사건의 역사적·사회적 의미, 곧 과학적 인과성에 주목하여 보편적 의미를 이끌어낼 것이다.
이와는 달리 그 사건 자체가 한민족의 죄의식이랄까 인류사의 모종의 재앙이라는 '의미'를 읽는 것(특수라는 것 자체가 보편을 지시해 줌)이 알레고리이다.
상징적 사고체계에 입각한 근대의 역사관이나 문학에서의 리얼리즘이 일반성으로 회수되지 않는 단독성을 결여한 사고형식이라면, 이에 맞선 것이 알레고리적인 사고형식이자 그 수단으로서의 알레고리적 언어관인 것이다.
결국 알레고리적 언어관에 의지한다면, 상징이란 주체가 언어를 통해 세계를 투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낭만주의자들의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언어세계가 실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존의 의미가 지워지고 새로운 의미가 그 위에 덧붙여지는 알레고리적 기호의 세계라면 우리는 총체성의 요구를 포기해야 한다.
세계는 단일한 체제, 단일한 기호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양한 기호들의 차이와 의미의 지연, 즉 기호의 유희에 의해 임의적으로만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① 상징적 언어관에 입각할 때, 염상섭의 작품『삼대』(1931년)는 식민지 조선의 본질적인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한 리얼리즘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② 상징적 사고체계에서는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구하며 세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자 하지만, 역으로 단독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③ 알레고리란 보편이 선행한다는 전제 하에 보편에 대한 특수를 구함으로써 자기와 기원 사이의 일체화를 추구하는 동일성의 사고체계이자 언어관이다.
④ 알레고리적 언어관은 언어기호가 현실 속의 지시대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단지 다른 언어기호와의 차이와 의미의 지연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⑤ 알레고리적 언어관에서는 주체가 언어를 통해 세상을 투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단지 기호의 유희를 통해 임의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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