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해설
2011년 입법고시 PSAT 언어논리
문제 번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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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의 빈 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사진이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우리 눈앞에 가져온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관음증적인 향락을 보건대,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시련, 그것도 쉽사리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낄 법한 타인의 시련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1993년 4월, 사라예보를 처음 방문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나는 그곳의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사라예보 시민으로서 유고슬라비아인들의 이상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세르비아인들이 크로아티아를 침략했던 1991년 10월 저는 깔끔한 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라예보는 평화로웠죠. 제 기억으로는 저녁 뉴스에서 부코바르가 파괴됐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는데, 그곳은 이곳에서 몇 백 마일밖에 안 떨어져 있어요.
그때 전 이렇게 생각했더랍니다.
'아, 끔찍한 일이군.' 그리고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저도 그랬는데, 프랑스나 이탈리아나 독일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서 벌어지는 살육 소식을 저녁 뉴스로 보며 '아, 끔찍한 일이군.'이라고 한 마디 하고는 딴 프로그램을 본다고 해서 화를 낼 수는 없지 않겠어요? 늘 그런 식이죠. 사람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자신이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끼는 한, 사람들은 무관심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 그러나 그녀가 외국인들의 무책임함에 그토록 관용을 베풀었던 이유는 그녀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전쟁의
이미지, 자기 모국에서 곧 벌어질 일을 예견해 주는 듯했던 그 이미지들을 그녀가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력감과 공포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보스니아 밖에 있던 사람들이 저 끔찍한 이미지들을 보고서도 신경을 끄게 된 이유는 보스니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도 않으며, 자국의 지도자들이 이 전쟁은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전쟁, 혹은 그 어떤 전쟁일지라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사람들은 그 전쟁이 가져온 참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이다.
만약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전혀 없다고 느낀다면, 사람들은 금방 지루해하고 냉소적이 되며,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어떤 이미지들을 통해서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상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텔레비전 화면에서 클로즈업되어 보여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부당하게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비록 우리가 권력과 맺고 있는 실제 관계를 또 한번 신비화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런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① 우리는 연민을 통하여 먼 곳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가깝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② 연민은 자신이 본 폭력의 이미지에 금방 익숙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③ 연민은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과 공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④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력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경우 연민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⑤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 반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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